지민이가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비록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이긴 하지만, 겁많은 이 아이가 자전거를혼자 타는 것은 나름 용기가 필요 했을 것 같습니다.

"아빠뒤에서 꼭 잡아줘야 해요."

20여분 뒤 안장뒤에 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혹 넘어질까 겁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놓아야 배울 수 있는 게 자전거지요.

처음엔 멈추고 소리를 지르던 지민은 어느새 제가 잡아주지 않아도 브레이크도 밟고 회전도 합니다.


문뜩 어렸을 때 아버지께 스케이트를 배우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아라. 정면 앞을 응시하고 힘차게 스케이트를 밀고 나가거라."

어느새 제가 그 나이에 가까와 지고 있음을 느끼고 나니,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2009. 10. 5. 18:43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슬픔의 깊이는 천길 낭떠러지 같이 깊었습니다.

너무 급하게 떠나보내고 보니, 잘 해준 것 보다는 잘 못해준 일들이, 기뻤던 일들보다는 슬펐던 일들이 기억나 저를 무척이나 슬프게 했었습니다.

'몇번이라도 조금더 같이 있어 줄 걸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가족들에게다 말하고 함께 여행이라도 같이 갈 걸....

지난주말 밤에 깨어 있을때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얘기해줄 걸'

이런 후회 때문에 지금도 목이 메입니다.

참 바보같은 인간의 믿음 중 하나가 본인이나 가까이 있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태도라는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 그들과의 시간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아껴야겠습니다. 그래야 후회 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 9. 23. 13:41

흔히 '가지 않은 길'은 도전을 의미하겠지만,

그래서 어릴때 읽었던 이 시는 그런 내용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주 작은 일들 조차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는

이 엄연한 삶의 진리 앞에,

저는 다시 숙연해 집니다.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marked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가지 않은 길 - 피천득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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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0. 10:07

언젠가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남성용 향수에 매료되었는데,

그때 부터 10년 넘게 써왔던 향수가 지방시 앙상세 울트라마린 이었다.

얼마전 처음으로향수를 바꾸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향수는 그사람 많의 향기이고 습관이고 기억이고 아이덴티티 인데...

난 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바꾸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그 향기로..

지방시 베리 일레시터블 프레쉬 애티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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