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문적인 발전도 지속되다보니, 시장조사나 사용자테스트 기법이 나날히 새로와 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제품을 만들때마다 엄청난 돈을 들여 Ethnography, ZMET, Laddering 같은 정성조사나GOMS, Eye Tracking 같은 전문적인 모델링 혹은 사용자테스트를 수행하곤 합니다.

실제 시장조사나 사용자테스트가 행해짐에 있어, 조사를 진행하는 측이나 의뢰하는 측에서 자주 간과되는 중요한 사실은 '충분한 준비와 제품에 대한 고민없이 시작하는시장조사나 사용자테스트만으로는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는 점' 입니다.

즉,시장조사나 사용자테스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용도로만 활용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조사나 테스트는 가설 검증의 과정입니다.

가설이 머냐? 이론적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사실 가설은 제품에 대한 기획자의 시각이며 의지입니다. 나름대로 제품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의지와 결심이 맞는지 한번 점검해보자는게 시장조사와 테스트의 용도입니다.

심지어,시장조사나 사용자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결과 조차도 엄청난 오류를 범할때가 있습니다. 말콤글래드웰의 블링크에 보면 제한적인 시장조사나 테스트가 얼마나 나쁜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나와 있기도 합니다.

저는믿습니다. 성공한 제품뒤에는 엄청난 조사기법들이 있는게아니라 늘 고객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기획자의확신,그리고혜안과 고민이 있었음을 말입니다.


2010. 3. 26. 15:19

일년에 한번 정서적으로 호사를 느끼게 해주는 제 유일한 소설 읽기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시작되고 끝납니다.

올해는 박민규님의 '아침의 문'이 수상했더군요.

그 특유의 필체야 익히 알려진 바지만, 마치 음침한영화를 보는 듯한 그의 서사는 어쩌면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우리주변의 불편한 진실을 까발리는 것 같아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희망이었을까요? 절망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살아야한다는 당위였을까요?

아침의 문 - 10점
박민규 외 지음/문학사상사
2010. 3. 23. 13:39

토요일 오후

의대 교수를 하고 있는 선배누나의 모친상 부고를 접하고, 어제 장례식장에 갔었습니다.

모친상이라 상심이 어찌 크지 않겠냐마는 꽤 오랜시간 투병생활을 하신 까닭에 약간은 담담한 그리고 고마운 얼굴로 선배는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누나 교수되고 내려가신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러게 말이다. 시간 참 빠르지"

"대전가끔 가는데 가면 연락드릴께요 식사나해요"

"응 식사다 뿐이겠냐. 술도 사마. 꼭 연락해라"

모교의 교수를 하고 있는 다른 선배가 악수를 청하며 말씀 하시길 '우린 이럴 때나 볼 수 있구나' 라고 사뭇 상가의 분위기와는 다른 목소리로 반기셨습니다. 한창 바쁠 나이다 보니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역시 경조사 때 뿐인데요.

선배들한테 주욱 인사를 하면서 돌아가는 사이, 이번에는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같은 학번의 친구였는데, 아마 그녀석 결혼식 이후로는 전화통화 몇번하고 처음 보나봅니다.

2월달에 국내 모 여대의 교수임용이 되어서, 미국에서온지 20일 되었다는 이 친구를 마주대하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아무래도 교수님들 사이에 끼어앉아 있다보니 그 친구와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으나 하여튼 너무나 오랜만에 봐서 반가왔지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그 친구와 마주대했습니다. 약간 머리가 빠진거 같고, 곳곳에 나이든 흔적도 보이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겠지만요.

96년이던가요? 벌써 햇수로 15년전 이야기 입니다.

그해 여름에 석사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중이던 그 친구와 저는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노래방에 갔었고,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불렀습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던, 그 친구와 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때 그 노래방에서 불렀던 김성재의 '말하자면'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더군요.

오늘은 김성재와 듀스의 노래에 취해보렵니다.

말하자면 세월이 그렇게 흘렀단 얘기지요..^^

2010. 3. 22. 12:18

Breakin`

성훈과 현희가족

브레이크댄스가 한참 대한민국에 들어왔던 시기에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우연히 같은반 친구집에 갔다가 breakin 이라는 영화를 보고 댄스에 푹 빠졌지요.

http://en.wikipedia.org/wiki/Breakin%27


어디서 구했는지 일본어로 되어 있는 교본의 복사본과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브레이크댄스를 익혔습니다.

사실 지금 비보잉의 다양한 동작과 난이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재미있는 동작들이었는데요.

윈드밀, 베이비스위프트, 헤드스핀, 백스핀 등의 그라운드 기술 뿐만아니라, 각 동작에 들어가기전의 워킹과 몸동작은 지금도 대동소이합니다.

얼마전 거리에서 비보잉을 하는 것을 봤는데 브레이킹 2의 주제곡이더군요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노래가 들려오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가끔씩 국내외 비보잉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Breankin 1, 2 에 나왔던 노래들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간혹 보곤 한다는 겁니다.

20년을 훨씬 넘어서도 10대나 20대들이 춤을 추는 곡들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것이 Ice-T 같이 이후의 힙합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OST 였다고 하네요.

오늘은 꽤 오랜 예전의 기억에 젖어볼 까 합니다.

2010. 3. 18.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