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외부자극과 환경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어서, 살아가는 동안 들은 부모, 선생님, 선배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그 뒤의 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들 합니다.

 한편 사회생활이란게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거치는 게 당연해서, 만남의 무게 또한 가벼워 질 때가 많은데요. 제게는 그 와중에도 유독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결혼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1년 아내가 회사일로 간 워크샵에서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사경을 헤맬 때의 일입니다. 의식이 없던 아내를 두고 회사에 다니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속해있던 부서의 팀장님께서는 기획과 정보시스템을 담당하던 제 업무량을 조정해주시고  인사팀에 협조를 구해, 제 출퇴근을 완전히 자유롭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느날 아침에 직접쓰신 메모와 병원비에 보태라며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그분의 배려와 여러 회사 선후배들의 격려속에 저는 아내곁을 지킬 수 있었고, 의식 불명 상태였던 아내는 극적으로 회복해 지금은 두딸의 엄마, PhD 학생, 그리고 연구원으로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팀장님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치셨는데요. 

 어느날 외근길에 kt 광화문 지사(과거에는 kt 본사가 거기있었습니다.)앞을 지나며 말씀하시길,
본인이 신입사원 시절에 지방 지사로 입사를 했는데, 어느날 본사에 출장왔다 본사 직원들의 거만함에 빈정이 상해(예나 지금이나 본사 기획부서는 그런가봅니다.), 본사의 주요 부서로 올라오겠다는 꿈을 꿨다고 하시며, '사람은 꿈을 꾼 크기만큼 큰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 어느날인가는 당시 사원인 제게 TF팀장을 맡기신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TF팀원들, 그리고 대홍기획 분들과 일주일가량 새로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민했었는데, 돌아보면 비록 일주일 가량이지만 사원에게 TF장을 맡기는 것이 당시 조직 분위기로는 참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TF를 마치고 돌아와서 보고를 드리는 제게
"고생했지? 나도 걱정했다. 팀장 마음은 팀장이 아는거야. 자꾸 팀장 연습을 해야 팀장이 되지"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시기 까지 하셨습니다.

보잘것 없었던 저는 팀장님의 배려와 사랑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차례 이직을 했다 다시 kth로 재입사를 하게된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분의 은혜를 갚고 싶다는 생각이 큰 동기 중 하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팀장을 하던시절에 아버님이 암에 걸리셔서 곤란해하던 팀원이 있었는 데, 저는 그 친구에게 제 팀장님이 해주셨던 그대로 해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도 그분의 영향이지요. 

그러나 같은 하늘아래 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그저 명절 때 문자나 드리곤 했습니다.

어제 마침 찾아뵈었더니, 소주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또 제게
"발꿈치를 드는 사람은 오래 서있지 못하고..걸음을 너무 크게 내딛는 사람은 멀리 걷지 못하며..자기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은 밝지 못하다. 또한 자기만 옳다고 하는 사람은 빛나지 못하며..스스로 우쭐대고 뻐기는 사람은 어른답지 못하다 - 노자"
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kt커머스의 박인근 상무님. 당신이 계셔서 오늘의 제가 있었습니다.

제게는 늘 훌륭한 아버지셨고, 스승이셨고, 형님이셨습니다.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후배들에게 큰 나무 그늘이 되어 주십시오. 
보여주신 사랑과 큰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3. 3. 28. 22:25
 새해가 왔습니다.
 연초가되면 의례 버릇처럼 다짐을 몇가지하고, 원대한 목표도 잡아보곤 했지만, 올해는 더 그 의미가 큰 것 같아 새해가 오기전부터 지금까지 며칠을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3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지난 20년간 피우던 담배를 찾지 않게되었습니다.
 사실 금연은 이미 작년 초부터 준비 차원에서 입담배만 피웠던 터라 금단현상이 거의 없이 한달가량 잘 버티고 있습니다. ^^

 두번째는 일주일에 한두번이내로 술자리를 줄이고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일입니다.
 몇주전 위궤양 통보를 받은 탓도 있겠지만, 잦은 술자리가 체력 저하로 이어져 종국에는 학습이나 업무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걸 자각했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입니다.
 이는 비용절감 차원보다는 보다 많이 주변을 관찰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갖기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예전에는 의도적으로 관찰이라는 시간을 통해야 했지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들의 습관이나 행태에 대해 조금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차를 타고 다닐때는 몰랐는데 홍대 주변에 있어서 그런지 제 겨울 패션이 완전 꽝이더군요. 그래서 근처 Zara와 H&M매장에 들러 저렴한 옷을 몇벌 샀습니다. ㅋㅋ

 어쩌면 이런 계기가 만들어진 것도 제게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계속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으면 인지하지 못했거나 자칫 더 큰 문제가 될뻔한 사안들인데, 스트레스도 경감되고 밝은 분위기에서 한달가량 생활하다보니, 아주 자연스레 변화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새해 꾼 꿈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앞으로 20년이상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진출이나, 새로운 타입의 일터에서 제 강점과 경험들을 접목하는 일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이던 다른 인더스트리던 학습기간이 꽤 소요될 것 같지만, 그래도 제게는 매우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두번째는 미천하지만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꾸준히 정리해서 틈 나는대로 후배들이나 사회에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널리 알려드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 시작으로 최근 두 회사에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상품기획연구회 세미나도 전에없이  재미있었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 무척 기뻤습니다. 조금씩 몸이    근질 거리는 것을 보니, 슬슬 새로운 도전을 나설 준비를 할 때가 가까와 진것 같습니다.

 제게 전해진 작은 손길까지 주변의 모든 일들에 감사하며....

 

 



2013. 1. 8. 00:11

사랑하는 지민이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주신 너를 얻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벌써 유치원을 졸업하게 되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우리 딸이 세상을 향해 처음 걸음마를 했을 때 너무 기뻐서 와락 울어버릴 뻔 했고,
첫 돌잔치를 하고 나서는 '우리 딸이 드디어 1년을 무사히 컸구나' 생각하며 기쁘기 한이 없었고,
며칠전 지우와 함께 춤추며 노는 것을 보는 엄마 심정은 큰 딸 지민이가 한없이 대견스러웠단다.

7년전 겨울...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가온 네가
유치원 졸업에, 초등학교 입학이란 커다란 선물을 한꺼번에 엄마에게 주다니^^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 만으로 우리 큰 딸에게 힘든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구나.
지금까지는 엄마의 노력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될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너의 마음을 담은 작은 노력이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야.
하지만 우리 딸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은 변하지 않아.

엄마는 너의 노력을 힘 닿는데까지 도울거란다.

문득,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
그 때도 우리 엄마, 너의 외할머니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듯이, 딸이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바랬고,
그네타고 놀다가 수업에 못 들어간 큰 딸을 담임 선생님께 아주 자연스럽게 넘겨주시는 배려를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의 할머니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엄마가 있을까 모르겠다.

엄마도 할머니처럼 그런 엄마가 될거야.
우리 지민이가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고, 그게 우리 지민이의, 앞으로의 행복에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면 엄마는지민이를 마음을 다해서 도울 생각이다.

축하해 지민아!!!



새벽에 이 편지 읽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TT

2012. 1. 31. 14:20
맨발로 글목을 돌다 - 10점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꼬날(@kkonal) facebook feed를 보다가 블레이어(http://blayer.co.kr)라는 소셜음악서비스에 가입을 하게되었는데, 거기서 가야금 연주자 박효진(http://blayer.co.kr/user/new#/album/110)님의 장단[ ː] 을 듣게되었다.

생각해보면 Gary Moore가 죽었단 얘기를 듣고 잠시 그의 노래를 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나면, 요즘은 어쿠스틱 음악이나 재즈 같은 걸 들은 적이 없다.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지고 뭔가 원하던 답을 찾은 느낌?

또다시 새해는 왔고, 2011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공지영은 박효진님의 가야금 소리를 듣고 느꼈던 일종의 만족감으로 나를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상문학상에 목을 매는 이유가 일년 내내 많이도 보지 않지만, 그나마 경영서나 기술서, 혹은 머리 돌아가는 사회학이나 심리학 따위의 책들을 읽곤 하는 내게 유일한 낙을 준다는 데도 있었지만, 이 소설집은 늘 그 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고민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10년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우리시대가 애써 감추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었던 데 반해, 올해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 그녀는 삶에는 뜻하지 않게 맞닥뜨리는 어려운 시간들이 엄연히 있음을, 자신의 입을 통해 침착하지만 약간은 밝은 모습으로, 성숙한 인생을 살아내는 일종의 태도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 20대의 시절엔 절대적인 그리고 옳다고 믿는 특정한 대상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존재를 잊거나 잃게 되는, 그래서 그 사실 때문에 아파하곤 한다. 살다 보면 혼신을 다해 노력해도 자신의 바램과는 다른 결론의 삶을 살아야 시기도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주어진 상황에 맞서려 한다. 맞서지 말고, 받아들이고,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할 때도 있다는 것.

이 소설의 구조 또한 신선한다. 서로 다른 몇 개의 이야기가 조각조각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특정 주제를 말하는 옴니버스영화가 아니라,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건네고 영향을 주고 관계를 만들어 주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소셜네트워크의 타임라인을 보고 있다는 생각?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어떠한 크기로든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들 삶의 관계? 어쩌면 그녀는 이 자전적이고 복잡한 서사 속에서 그걸 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야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것은 운명이다.”

2011. 2. 20.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