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글목을 돌다 -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
꼬날(@kkonal)님 facebook feed를 보다가 블레이어(http://blayer.co.kr)라는 소셜음악서비스에 가입을 하게되었는데, 거기서 가야금 연주자 박효진(http://blayer.co.kr/user/new#/album/110)님의 장단[長 ː短] 을 듣게되었다.
생각해보면 Gary Moore가 죽었단 얘기를 듣고 잠시 그의 노래를 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나면, 요즘은 어쿠스틱 음악이나 재즈 같은 걸 들은 적이 없다.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지고 뭔가 원하던 답을 찾은 느낌?
또다시 새해는 왔고, 2011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공지영은 박효진님의 가야금 소리를 듣고 느꼈던 일종의 만족감으로 나를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상문학상에 목을 매는 이유가 일년 내내 많이도 보지 않지만, 그나마 경영서나 기술서, 혹은 머리 돌아가는 사회학이나 심리학 따위의 책들을 읽곤 하는 내게 유일한 낙을 준다는 데도 있었지만, 이 소설집은 늘 그 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고민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10년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우리시대가 애써 감추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었던 데 반해, 올해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 그녀는 삶에는 뜻하지 않게 맞닥뜨리는 어려운 시간들이 엄연히 있음을, 자신의 입을 통해 침착하지만 약간은 밝은 모습으로, 성숙한 인생을 살아내는 일종의 태도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 20대의 시절엔 절대적인 그리고 옳다고 믿는 특정한 대상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존재를 잊거나 잃게 되는, 그래서 그 사실 때문에 아파하곤 한다. 살다 보면 혼신을 다해 노력해도 자신의 바램과는 다른 결론의 삶을 살아야 시기도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주어진 상황에 맞서려 한다. 맞서지 말고, 받아들이고,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할 때도 있다는 것.
이 소설의 구조 또한 신선한다. 서로 다른 몇 개의 이야기가 조각조각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특정 주제를 말하는 옴니버스영화가 아니라,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건네고 영향을 주고 관계를 만들어 주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소셜네트워크의 타임라인을 보고 있다는 생각?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어떠한 크기로든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들 삶의 관계? 어쩌면 그녀는 이 자전적이고 복잡한 서사 속에서 그걸 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야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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