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미지는 http://www.maniadb.com/album.asp?a=101695에서 빌려왔습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87년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여느때처럼 가기싫은 육군중앙성당에서 미사를 대충 마치고, 친구들과 주일학교 담임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평소 군악대에 알고 지내던 섹소포니스트 형 옆에 눈에 익은 이쁘장한 군인아저씨가 신기에 가까운 기타솜씨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당시 기타에 푹 빠져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다가서서이곡, 저곡 쳐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거의 모든 곡을 막힘없이 포크기타로 연주해주던 그를 보고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했다.그가 나중에 알고 나니 작은별 가족의 막내이자 그룹 벌거숭이의 리더'강인봉'이었다.

당시 우리팀 기타리스트를 맡았던 세진이와 나는 나는 거의 매주 주일학교 시간을 기다려 형을 만났다.

간단한 화성악 강의와 기타를 치는 방법, 노래, 가족사까지...(당시 형의 누나인 강애리사씨가 '분홍립스틱'으로 장안의 화제였고, 그의 형도 영화음악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을때였다.)

시끄러운 메틀보다는 래리칼튼 같은 면도날 기타연주를 좋아한다던 형..형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내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벌거숭이 시절 곡을 좋아하게 된게 그때부터이니까..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다..

타이틀곡 '벌거숭이', '삶에 관하여' 도 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지만, 나는 형의 기타를 느낄 수 있는 '비상'을 좋아한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었는데...

형이 군악대를 제대한뒤부터 난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형이 제일기획의 음악담당 PD가되었고, 오렌지라는 레이블을 만들었으며, kiki 라는 이인조 밴드로 실패하고, 다시 자탄풍, 나무자전거로 재기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세진을 통해 혹은 매스컴을 통해...나는 가끔씩 형의 소식을 들었다.

재작년인가 ? 시청앞에서 나무자전거의 점심 공연에서 만났지만, 나는 아는척을 하지 못했다.

요즘도 가끔나는 형의 천재적인 언변과 기타연주를 라디오를 통해 듣곤 한다.

그때마다, 그 시절...나의 열정과 토해내지 못한내가 만난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그리고그 이후의 내 삶을 하나씩 둘씩꺼내어 본다.

그리고 오늘은형의 벌거숭이때 음악과 작은별가족 시절 음악을다시 만났다.

파란 블로거이신'마실'(http://blog.paran.com/jnbk/) 님의 블로그에서 난 어릴적 형을 만났고, 또 한참 뒤로 여행을 떠나 내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되었다...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음원을 올리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이미 어디에도 없는(해당 음반들은 레이블과의 계약문제가 해결되지 않아현재는 들을 수가 없는 곡들이다) 곡들을 들을 수 있는 행운마저 빼앗아간건 (그래서 블로그가 더욱 위대해진건데..) 약간 서글프기 까지 하다.

2009. 1. 10.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