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의대 교수를 하고 있는 선배누나의 모친상 부고를 접하고, 어제 장례식장에 갔었습니다.

모친상이라 상심이 어찌 크지 않겠냐마는 꽤 오랜시간 투병생활을 하신 까닭에 약간은 담담한 그리고 고마운 얼굴로 선배는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누나 교수되고 내려가신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러게 말이다. 시간 참 빠르지"

"대전가끔 가는데 가면 연락드릴께요 식사나해요"

"응 식사다 뿐이겠냐. 술도 사마. 꼭 연락해라"

모교의 교수를 하고 있는 다른 선배가 악수를 청하며 말씀 하시길 '우린 이럴 때나 볼 수 있구나' 라고 사뭇 상가의 분위기와는 다른 목소리로 반기셨습니다. 한창 바쁠 나이다 보니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역시 경조사 때 뿐인데요.

선배들한테 주욱 인사를 하면서 돌아가는 사이, 이번에는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같은 학번의 친구였는데, 아마 그녀석 결혼식 이후로는 전화통화 몇번하고 처음 보나봅니다.

2월달에 국내 모 여대의 교수임용이 되어서, 미국에서온지 20일 되었다는 이 친구를 마주대하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아무래도 교수님들 사이에 끼어앉아 있다보니 그 친구와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으나 하여튼 너무나 오랜만에 봐서 반가왔지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그 친구와 마주대했습니다. 약간 머리가 빠진거 같고, 곳곳에 나이든 흔적도 보이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겠지만요.

96년이던가요? 벌써 햇수로 15년전 이야기 입니다.

그해 여름에 석사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중이던 그 친구와 저는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노래방에 갔었고,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불렀습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던, 그 친구와 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때 그 노래방에서 불렀던 김성재의 '말하자면'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더군요.

오늘은 김성재와 듀스의 노래에 취해보렵니다.

말하자면 세월이 그렇게 흘렀단 얘기지요..^^

2010. 3. 22.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