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포스팅을 못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님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오늘은 쇠고기 사태에 대해 며칠전 선배와 나눈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최근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중국의 인문학 교수인 이중톈 선생이 쓴,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은행나무 출판사" 였습니다.작년 상해 방문 이후로틈나는대로 중국에 관한 자료나 책을 보다가, 우연히 구매하게된 책입니다.

첫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먹는 것이 하늘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참조해보면,

중국에는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시말해 먹는 일은 하늘처럼 중요한 일이고, 혹은 하늘이라는 것이다. -p.27

백성들의 생활 수준이 많이 나아진 오늘날에도 당과 정부에서는 "성장(省長)은 쌀값을 안정시켜야 하고, 시장(市長)은 장바구니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라며 거듭 강조한다. 연말연시의 식품 공급은 언제나 언론의 쟁점 뉴스이다. -p.36

맹자는 심지어 '70세 이상의 노인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을 이상적인 사회의 표준으로 생각했다. 중국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줄 수 있는 사람은 하늘을 대신해 천명을 받은 '진명천자'였고, 하늘의 뜻을 따르고 민심을 얻는 좋은 황제였다.

정치는 결국 먹는 문제라는 것이 많은 정치가들의 의견이다. 중국 고대 정치가와 사상가들은 세상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았다. -p.38

우왕이 만든 구정은 음식을 하는 솥이 아닌 권력이자 신기로, 종교와 정치라는 이중적 함의가 있으며, 대부분 제사 때 사용했다. 제사 때는 왜 정이 필요할까? '제사'라고 하는 것은 손님을 초대하는 것으로, 손님은 천신, 지신과 인간 귀신(돌아가신 선조)이었다. '제祭'라고 하는 이 글자를 보면 아래쪽에 '시示(보일시)'자가 있고, 위에는 '한손으로 고기 한점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즉 제라는 것은 손으로 고기를 들고 신에게 보여주며, '저희가 음식을 준비했으니 드셨으면 표시를 좀 해주십시오' 하는 것이다. - p. 46

중국인의 이야기와 역사를 현재의 상황에 끼워 맞추기는 좀 억지스러운 점이 있으나, "작위" "인구" "주례" 같은 과거 정치와 제사의 형식이나 용어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온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쇠고기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 눈에는 어찌보면 "하늘"을 무시한 것이고, 재상이나 나랏님으로써의최고이자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의무인 "백성을 먹이는 것"을 가벼히 여긴 처사인 셈이다.

어쨌든, 내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 않는 선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형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네 역사와 생활을돌아보면 쇠고기라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TV 드라마 같은데서,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그토록 갈망하면서 이야기하는 '이밥에 고깃국'에서 고깃국은 제사상의 탕국이고,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제사상에 올리는 국은 쇠고기로 끓여낸 '탕국'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쇠고기 안먹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씀을 하신분은제사를 안지내는 분들이거나, 혹은 제사상에 돼지고기 김치찌게나, 된장국을 올려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싶으신 분들이 무책임 한 언행인 것이다.

어찌되었던,최근쇠고기에 분노하는이유를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가장이 집을 지키려면, 우선 쌀과 고기를 잘 재워 두어야 한다. 하물며 나랏일을 맡으신 분들이, 백성의 먹거리를 가벼히 여긴다면, 그댓가는 너무나 자명한것 아닌가?두달간의 촛불행사는 어쩌면우리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생활 양식과 역사를 거스른 데에대한댓가가 아닌가 한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 그 댓가를 두고 두고 치뤄야 할 지도 모르겠다.

2008. 7. 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