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성훈과 현희가족

아내와 제가 데이트를 시작했을 즈음에는 둘다 학생이었기 때문에 늘 계속되는 데이트 자금 부족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당시에 아내와 저는 서울북쪽 끝과 서쪽 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나지 않으면, 주로 종로서적에서 데이트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종로서적 5층 과학도서 코너에서 책을 읽으며 서로를 기다리다가, 식사로 떡볶이를 먹고, 종로거리를 거닐거나, 영화를 보거나, 만화책을 보다가,저녁무렵엔 종로2가 뒷편에 위치한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라는 카페에서 1천5백원 짜리 커피를 마시는 것이 데이트의 전부 였던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떡볶이를 먹지 않고, 멋진 식사를 하면서 데이트를 할까?" 그때 제가 아내에게 했던 말인거 같습니다.

얼마전 지민이와 함께 종로서적을 방문했다가 무엇을 먹을까하다 옛날 생각이 나서 떡볶이 집을 찾았습니다.

예전 만큼 맛나지는 않더군요.

문뜩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아껴쓰고, 낭비하지 않으려 애쓰고 살지만, 가끔씩은 멋진 식당에서 작은 사치를 누려보는 여유도 누리곤 하니까..예전에 아내와 말했던 바램들을 어느정도 이룬 셈입니다.




하지만, 그시절 허기를 달래며 먹던 떡볶이와 성대 앞 민속주점에서 동전을 세가면서마시던 소주맛이 그리워지는건 어쩐일인지 모르겠습니다.

2009. 2. 5.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