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포스트 – 소셜의 시대 – ‘사진 한 장’이 가지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와 팀원들은 푸딩 시리즈를 만든 후, 모바일과 소셜의 시대에 '사진 한 장' 이 가지는 의미, 즉, '공유', '소통', '참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많은 시간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사진에 대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과 다음 포스트에는 이에 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1. 사진 수정은 예나 지금이나 필수였다.

네거티브 화상의 수정방법은 함프스탱글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발명되었습니다. 1855년 프랑스의 연례 국전에 수정된 사진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 이 함프스탱글이라는 사람은 수정하기 전 사진과 수정한 후의 사진을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진 수정이 1860년 이후 선명도가 높은 수차 교정렌즈가 보급되기 시작하자 얼굴의 불필요한(?) 흔적들을 지우기 위한 용도로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사진수정이 활성화 된 데에는 그 당시 채색 초상화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의 미에 대한 기준에서 비롯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1862년 디스데리라는 사람이 쓴 ‘사진미학’이라는 책에서는 좋은 사진의 질을 아래와 같이 정의 했다고 합니다.

1) 기분좋은 용모(^^)

2) 전체적으로 선명함

3) 그늘과 중간 색조와 밝은 빛이 잘 표현되어야 하며 특히 후자는 빛나게 해야 한다.

4) 자연스러운 비례

5) 어두움 속에 세부가 표현되어야 함

6) 아름다움(?)

이러한 미적 관점이 화가들로부터 온 것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자세히 곱씹어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의 조건이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 소위 설정샷은 낯 뜨거운 행위인가?

어떤 사진을 찍기 위해 설정샷을 만드는 것. 예컨데, 포크와 나이프를 엇갈려둔다던가, 음식들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배치한다던가, 소품과 특별히 옷을 차려입고 인위적인 포즈를 취하는 등의 소위 설정샷은 조금 낯간지럽기까지 한데요.

하지만, 초기에 사진이 특권계층을 위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조하기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때도 화가가 그림의 주인공인 특권계층에게 특별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은 후, 이 사진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렸다니, 이미 설정 샷은 어쩌면 19세기 이전부터 보편적인 역사적 풍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1800년대 중반이 되면 중류 프랑스인들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되는데 이때부터 기둥, 커튼, 원형탁자 등이 사진관의 소도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노출시간이 길었던 까닭에 평소 하지 않았던 어색한 자세로 수 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 때 머리를 고정시키기 위한 머리받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였다니, 과도한 설정임에는 틀림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설정샷은 사진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니 사진 찍으실 때 조금 덜 창피해 하셔도 좋겠습니다.

머리받이가 그려진 Honoré Daumier의 석판화(사진, 1856, Google 이미지 검색 결과 thumbnail)

3. 사진의 테두리(photo frame) 작업은 사진의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어왔다.

르포르타쥬 사진의 경우에 이런 편집기법들이 많이 활용되어왔습니다. 1936년 12월 영국의 에드워드 황태자가 미국의 이혼녀인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하야하자, 영국국민들과 전세계 언론은 연일 이 문제를 다루게 됩니다. 12월 14일자 라이프지는 영국의 나쁜 경제 상황을 심프슨 부인 사건과 함께 다루는데, 메어리 여왕의 안락한 가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빈민촌의 사진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묘한 대조를 이루게 합니다. 이때 빈민가 어린 아이의 사진에 찢겨진 테두리를 사용하였는데 이 둘레가 이들의 가난을 더욱 의식적으로 강조되어 보이게 하는데 충분했습니다.


대조적인 사진 테두리 편집 ( life 1936. 12. 14, 구글도서 http://bit.ly/uKW38T)


4. 컬러사진은 음악가 브람스의 덕이다.

실제로 브람스가 컬러사진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현대 컬러사진에 원형인 코다크롬을 개발하던 두 명의 연구원들이 암실에서 현상작업을 할 때 시계를 볼 수 없었는데, 정확한 작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브람스의 교향곡에 박자를 맞추어 휘파람을 불면서 현상을 했다고 합니다. 절대 박자감각의 덕분에 가능했단 뜻인데요. 이 두 사람이 코닥에 입사하기 전에 음악을 전공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5. 요즘 사람들은 ‘개’ 사진보다는 ‘고양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절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최근에 SNS에 고양이 사진이 유독 많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스마트폰 앱에서 ‘개’ 혹은 ‘강아지’ 태그와 ‘고양이’ 태그를 비교해보면, 고양이 태그를 단 사진이 훨씬 많이 검색되는 걸 보면 확실히 많은 것 같은데요.

현대인들이 ‘고양이’ 사진을 많이 찍고 공유하기를 즐기는 이유는, 바로 고양이의 자세와 태도때문이라고 합니다. 개는 착하고 순종적으로 보이는데 반해 고양이는 행동과 외모가 도도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도한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할 목적으로 고양이 사진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조금 확대 해석하면 고양이 사진에는 꽉 짜여진 사회적 틀과 치열한 경쟁에 억눌려 순종적으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고양이 설기의 사진 ( http://www.im-in.com/poi/U10000126875)


6. 최초의 폴라로이드 SX-70은 과학자의 딸 때문에 만들어졌다.

최초의 폴라로이드 SX-70은 에드윈 로버트랜드(Edwin Robert Land)라는 저명한 물리학자가 개발하였습니다. 이 학자가 1943년 휴가 중의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 당시 세 살이던 딸의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자신이 나온 모습을 빨리 보고 싶었던 딸이 ‘얼마나 있어야 사진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로버트랜드는 딸의 말을 듣고 산책에서 돌아오는 중에 카메라 속에서 직접 현상 인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현재에도 감성적인 영화에 많이 출현하는 SX-70의 출발점이 되었답니다.


SX-70(Google 이미지 검색 결과 thumbnail)

SX-70 에 대해서 궁금하시면 파란블로거이은혜님의 블로그 포스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파란블로그나 푸딩에는 사진 전문가 분들이 많습니다. 가끔 이분들이 올리는 사진 중 포켓 인스타매틱이나 SX-70 과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독특하고 감성적인 느낌 때문에 저 또한 군침을 흘려본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매틱20이나 SX-70과 같은 아날로그적이고 분위기있는 감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요즘 디카가 많이 보급되었는데도, 인스탁스 같은 카메라는왜 인기가 있을까요?

흔히, 싸이월드의 성공을 디지털카메라의 보급 환경에서 찾기도 합니다. 싸이월드의 성공이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맥을 같이했다는 것은 단순히 사진 자체의 물리적 생산량 증대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디카로 찍은 사진이 싸이월드와 합쳐져서, 개인의 욕구와 컨텍스트를 드러내려는 요구를 즉시 매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피쳐폰과 스마트폰은 어떨까요? 디카는 대개는 가정 내에서 공공의 장비였습니다. 반면 모바일 단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장비로 자리 잡습니다. 개인적인 니즈를 사진에 담기에 더욱 적합한 상황이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피쳐폰 시대에 제공되었던 사진촬영용 소프트웨어들은 DSLR이나하이엔드카메라들로 촬영되고, 재편집된 사진에 비해, 자신을 드러내고 공유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수준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피쳐폰 시대의 사진들은 많은 양이 pc에 저장되거나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유 되었던 것 같습니다.

푸딩얼굴인식과 푸딩카메라의 성공 뒤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앱만으로는 당초 생각했던 사진에 감정을 싣고 쉽게 공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가량의 긴 시간을 거쳐 빛을 보게 될 새로운 서비스에는 라이카나 인스타매틱, SX-70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이 마치 잡지에 올라가 있는듯한 분위기와 함께, 개인의 감정과 컨텍스트를 함께 표현할 수 있게 하고자 노력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포스트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자료는 지젤 프로인트(Gisele Freund) 저, 성완경 역의 ‘사진과 사회(Photographie et Societe)와 kth 소셜네트워크팀에서 실시한 세미나 자료 등을 참고 했습니다.

2011. 11. 7. 20:37